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CSERC

칼럼

이정미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1월 본인이 속하여 일하고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마련한 유럽 기독교학교 탐방의 길에 동행하여 다녀왔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나라와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유럽 학교 탐방의 길은 네덜란드와 독일의 기독교학교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의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방문하면서 그곳의 기독교학교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고 듣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오랜 기독교학교교육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고, 오늘날도 한결같이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네덜란드의 기독교학교들을 방문하면서 보았던 기독교학교의 역사를 이어가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고 있는 몇 가지를 단상들을 소개해 본다.

 

네덜란드 기독교학교들을 방문하면서 가는 곳마다 강조하여 소개하는 첫 번째 주제는 그 학교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어느 한 학교도 예외 없이 자신이 속한 학교가 어떤 신앙과 교육공동체로 존재하며 역할을 하고자 하는지를 가장 먼저 소개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기독교학교가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 지역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마주하면서 기독교학교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개혁 신앙의 전통에 입각하여 제고하고, 기독교적인 교육을 하기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개발하고 구현하려는 노력을 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 이사가 참여하는 정체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역할을 하도록 하고, 신학대학에서 학교를 방문하여 지원하기도하며, 정체성에 입각하여 학교교육의 핵심가치를 세우고 그것을 기초로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이루어지도록 안내해 줄 구체적인 지침들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노력을 해가고 있었다.

 

둘째는 기독교학교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 종교교사의 폭넓은 역할이 기억에 남는다. 전통적인 네덜란드의 기독교학교들은 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역할을 학부모와 교사, 교회가 함께 담당하며 교회공동체의 언약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모델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시대사회의 변화 속에서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대 사회적으로 개방된 학교모델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운데 기독교학교의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며 기독교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내기 교사들로부터 그들이 기독교사로서의 역할을 배우고 구현해가도록 체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경력교사, 종교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학기 초에, 중간 점검의 시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어떻게 기독교사가 될 것인지 대화하며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서 교육과정의 과목과 내용 선택에서, 교재와 자료선택에서, 특별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기독교적인 교육을 구현할 것이지를 숙고하고 대화하며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종교교사의 역할도 성경교육, 절기행사 외에 학교공동체 안에 개인적 멘토링, 다양한 소그룹 세우기, 직업과 실습영역에서 태도와 성품 향상 교육, 새로운 교사 교육 등을 통해 폭넓게 기독교학교 공동체의 생활 지도사로서의 일들을 하고 있었다.

 

셋째는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다양한 진로 선택 경험을 제공하는 학제가 기억에 남는다. 네덜란드의 학교 시스템은 교육과정의 학제가 문과, 이과의 선택이라는 단순 계열의 구조를 넘어서 사회적 실제의 영역을 다섯 가지 정도로 구조화하고 중학교과정부터 다양한 사회적 실제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학업의 과정을 선택하고 경험하도록 안내하고 일차적 선택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영역으로의 이동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많은 경우 교육공간도 다섯가지 영역의 실제적 경험을 제공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교육과정 구조는 학교에서의 학업이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한 섬김을 준비하는 과정이 학교교육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네덜란드 기독교학교와 기관들의 연합과 동역을 통한 대사회적 문제해결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다. 세속화된 국가와 사회 속에서 기독교학교가 공적인 교육기관으로 존재하고 역할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학교가 사회 속에서 우수한 교육을 펼쳐가기 위해서 네덜란드의 기독교학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합과 동역을 해가고 있었다. 지역학교와 연합회가 강한 연대를 갖고 연합회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대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문제들에 공동 대처해 나가며, 지역의 타 교단 기독교학교들이 교육공간을 공유하며 협력하고, 신학대학과 지역학교들이 협력하고, 교사대학과 지역 기독교학교들이 기독교사 양성을 위해 협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연합과 교류를 도모해 가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본 이러한 디딤돌들은 우리나라의 기독교학교들이 한 걸음 더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데도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생각된다. 글을 마치며 그곳에서 만났던 어느 기독교학교의 한 선생님이 한국의 기독교학교들이 네덜란드 기독교학교에 나누어 줄 것은 무엇이냐고 묻던 것이 생각난다. 언젠가 그 질문에 대답할 여러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기독교학교들에서 들려지고 서로 교류가 일어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